한국의 빛을 만드는

"손대현" 옻칠장인

😍 옻칠에 사로잡힌 소년 선생님,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올해로 60년째, 이 일을 하고 있는 손대현이라고 합니다. 매일매일 작업을 하면서 새로운 작품을 만들고, 그때그때 선보이려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설렘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제 작품을 통해 사람들에게 전통의 가치를 전하고, 한국 공예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에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 이 공간은 어떤 공간인가요?

▶ 이 곳은 제 작품들은 모아 놓은 곳입니다. 제가 이제껏 작업을 해오면서, 물론 처음부터 작품생활을 해온건 해온건 아니었지만, 약 40대때부터 나만의 작품을 하고싶다는 갈망이 있었어요. 그때부터 제가 만든 작품들을 하나하나 모아서 전시를 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지금 해외에서 전시 중인 작품도 있고, 박물관에 전시되고 있는 작품들, 또, 소장하고 있는 작품들도 있지만, 그걸 제외한 제 작품들을 모아놓은 일종의 전시공간입니다. 아직 공식적으로 공개가 안된 작품들도 있네요.

😁 옻칠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이고, 언제부터 옻칠을 시작하셨나요?

▶이 일을 64년도 처음 접하게 되면서 배웠습니다. 그때가 15살이었네요. 당시 서울역 건물 안에 칠기공방자리가 있었어요. 거기서 일하시는 어르신들 잔심부름하면서 친해져서, 공방에 올라가서 작업하시는 것들을 여러번 구경했습니다. 어느날 쟁반을 포장하는데, 까만 흑칠 바탕에 빛깔이 반짝하고, 아름답게 빛나더라구요. 그 빛에 이끌려서 자청해서 일을 배우게 됐습니다. 제가 또 심부름을 잘하니까, 흔쾌히 받아주셨던거 같습니다. 선배님들이 말씀하시길, 우리나라에 옻칠의 대가분이 세분이 계시다. 김봉영선생님, 민종태선생님, 김태희선생님. 세 분은 정말 전통칠도 잘하고, 대단하시다. 늘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았습니다. 그 중에서 민종태선생님 이야기를 가장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스스로 민종태선생님을 스승님으로 삼고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낮에는 공방에서 작업을 해야하니까, 밤이고, 쉬는날이고 일을 해가면서 어떻게해서든지 평일에 시간을 만들어서 민종태선생님께 찾아갔습니다. 거기 책임자분이 처음에는 시큰둥하시다가, 음료를 사들고 두세번 정도 오가니까, 마음을 여셨는지, 연락을 주겠다고 하시고, 정말로 얼마 후에 사람을 직접 보내셨어요. 그러면서 민종태선생님이 계시는 성남 소재 공방에서 작업을 시작하게 된겁니다.

😀 민종태선생님은 어떤 분이셨나요? 그분의 영향은요?

▶하루하루 공방에서 일할 때의 과정이 너무 좋았습니다. 민종태선생님이 엄하셨어요. 조금이라도 잘못된 게 눈에 보이면, 막 야단치고 하셨습니다. 어느 날은 뒤통수가 따가워서 뒤돌아보면, 선생님이 쳐다보고계시곤 했었습니다. 그런 호랑이 같은 분이셨지만, 가끔씩 칭찬을 해주시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습니다. 선생님의 칭찬은 마치 하늘을 나는 듯한 기분을 줬습니다. 처음에는 그 칭찬이 동기가 돼서, 더욱 열심히 했던 것 같습니다. 선생님의 엄격함 속에는 깊은 애정과 가르침이 담겨있었고, 그 덕분에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민종태 선생님과 함께한 시간들은 저에게 큰 가르침과 영감을 주었습니다. 하셨던 말씀 중에 기억에 남는 말이 있습니다. 나전칠기가 겉은 화려하지만, 만들어내기까지의 과정은 보이지가 않잖아요. 겉만 번지르르 한건 나중에 버려질 수도 있고, 사랑을 받을 수 없다. 그러니, 모든 것은 철저하게 완벽하게 해서 마감을 해야 생명력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 말을 명심하면서 작업을 해오고 있어요.

😁 옻이 오른다는 표현이 있는데, 선생님은 혹시 그거 안오르시나요?

▶ 에피소드가 떠오르네요. 제가 어린나이에 너무 ᄈᆞᆯ리 작업을 하고싶었어요. 그래서 선배님들이 식사를 하러 나간 틈에 슬쩍 들어가서 야단맞을 각오로, 선배님들이 했던걸 이것저것 해봤었어요. 식사를 하러 나간 틈이었으니까, 그렇게 길지않은 시간이었죠. 급하게 손에 묻히다보니, 온몸에 옻이 많이 묻었더라구요. 옻이 심하게 올라서 얼굴은 두 배만큼 커지고, 발진도 생기고, 가려움증도 오고. 선배님들이 그걸 보시고선 “야 너 그렇게 해서 옻칠 배우겠냐”라는 말씀을 하시기도 했죠. 저는 진짜 절실했죠. 너무 옻칠이 배우고 싶은데, 옻이 올라서 속상하고, 우울한 마음에 선배님들이 2-3일 정도 쉬고 천천히 생각해보는게 좋겠다고 권유하더라구요. 그래서 일단 저는 무조건 나와서 청량리역으로 갔어요. 거기 매점에서 소주를 한 병 사서 마시면서 바람이나 한 번 쐬볼까 하고 춘천행 열차를 탔죠. 아무래도 몰골이 안좋다보니, 사람들은 흘깃흘깃하면서 피하는 와중에 기차 난간을 잡고 바람을 맞았어요. 춘천역에 도착해서 화장실에 갔더니, 가려움증도 없어지고, 거울을 보니까, 얼굴이 제자리도 돌아왔습니다. 바로 그 즉시 기쁜마음에 서울행 열차를 타고 돌아왔습니다. 귀가해서 자고 일어나니까, 얼굴이 평소처럼 돌아오더라구요. 바로 공방으로 출근했습니다. 선배님들이 놀라셨어요. 이렇게 하루만에 나아서 돌아오는 경우가 흔치 않거든요. 기차타고 바람쐬면서 자연치유된거죠. 신기했어요.

😘시간과 마음을 쌓는 정교한 옻칠의 미학

옻칠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요 선생님?

▶재료와 과정 자체가 중요합니다. 민종태 선생님께서는 항상 재료, 과정, 기법은 변형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는 꼭 지켜야 할 가치라고 강조하셨습니다. 옻칠 공예에서 사용되는 모든 재료는 자연에서 얻어진 것이며, 그 과정은 오랜 시간 동안 전통을 따라왔습니다. 이러한 전통적 방법을 통해 만들어진 작품은 그 자체로 높은 예술적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수곡이라는 이름에는 작은 골짜기를 지킨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이는 작은 것이라도 소중히 여기고 보호하겠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마치 작은 골짜기를 지키듯이, 옻칠 공예의 전통과 가치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담겨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정신을 바탕으로, 우리는 전통의 소중함을 이해하고 이를 계승하며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민종태 선생님의 가르침을 통해, 우리는 전통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됩니다. 재료와 과정, 기법을 지키는 것은 단순히 옛 것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깊은 의미와 가치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마음가짐이야말로 진정한 옻칠 공예의 정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수많은 작품을 접하시고, 제작하셨을텐데, 그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작품이 았다면요? 직접 제삭하신 것도 좋고, 다른 분이 제작하신걸 말씀하셔도 좋구오.

▶1985년도였을거에요. 도제식으로만 옻칠을 배웠기 때문에 공부에 대한 갈증이 항상 있었어요. 그래서 책을 찾아다니다가, 우연히 일본에서 발행한 책을 하나 봤습니다. 고려경합, 나전 염주합, 모자합 등의 작품이 실린 도록이었어요. 천년 전인데도 이런 작품을 만들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저도 이런 작품을 만들어봐야지 하면서 작업을 해봤었는데, 나전칠기장인들이 너무 존경스럽더라구요. 어떻게 이런 패텬을 냈지, 스승으로 삼고싶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강렬했습니다. 너무 부족한게 많다고 생각이 들어서 늘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은 하고있습니다.

😀 선생님께서 직접 제작하시는 경우도 있겠지만, 의뢰가 들어와서 제작하시는 경우, 모 기업체에서 협업을 제안받으신 경우도 있구요. 이 직업에 대해서도 설명부탁드립니다.

▶ 저는 작품을 판매한다는 개념으로 작업을 해본 적은 없습니다. BMW에서 자동차 내장으로 쓰겠다해서 나전칠기를 해주기도 했고, 까르띠에 등의 명품기업과도 협업도 다양하게 많이 했습니다. LG 생활건강 더 히스토리 후랑도 작업했었구요. 요 근래에는 뉴발란스 광고를 찍었습니다. 신구의 조화컨셉으로 작업하는 과정이 담겼을겁니다. 나전칠기가 세계적으로 알려질 수 있다면 더할 나위없겠다는 마음으로 가리지 않고 최선을 다해서 그분들의 의도에 맞게 해드리고 있습니다. 

😍 옻칠의 현재와 미래

체감하시는 한국 옻칠 예술의 현황은 어떤가요? 그리고 미래는 어떻게 전망하시는지요?

▶전통공예학교 친구 2명이 저를 찾아와서 도제식으로 옻칠을 배우겠다고 찾아온게 벌써 10년이 넘었지만, 또, 제 아들도 하고 있지만, 진정으로 작업하는 사람들이 점차 줄고있어요. 쌀 한톨에도 선 10개를 그을 수 있을만한 정신력으로 작품을 해야합니다. 이런 정신력을 가진 친구들이 거의 없다고 봅니다. 그래서 살아있는 한 작품 하나라도 더 남겨야 겠다는 마음이 진짜 간절합니다. 옻칠은 시간을 들어야 하는 수작업입니다. 그래서 요즘같은 대량생산시대 속에서 옻칠의 가치는 엄청납니다. 작품 자체만 놓고 보더라도 귀하고, 가치가 있는건 말할 것도 없구요. 장인들의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 귀중한 예술작품으로 봐주시고, 비싼 사치품으로 여기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 선생님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올해 10월, 예술의 전당에서 60년을 기념하는 전시회를 할 계획입니다. 미공개 작품들 다수 공개할 예정입니다. 정말 있을 자리에 내 작품이 가고 또 사랑받고 외면받지 않는 그런 작품을 만들어야 되겠다는 그런 이제 집념 가지고 하기 때문에 꼭 그리 되리라고 믿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