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1월 1일, 백남준은 ‘굿모닝 미스터 오웰’이라는 위성 방송을 통해 전 세계 2천5백만 명의 시청자들을 아티스트의 춤과 노래, 시와 코미디가 뒤섞인 유쾌한 쇼로 연결 시켰다. 감시와 전쟁이 끊이지 않는 디스토피아를 그린 조지오웰의 소설 ‘1984’(1949)에 대한 백남준의 유쾌한 응답이었다. 1949년의 오웰이 발전된 기술이 ‘텔레스크린’과 같은 형태로 개인을 억압하는 독재국가의 감시망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했다면, 1984년의 백남준은 위성 방송이라는 기술을 활용하여 예술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전 세계 사람들의 문화를 연결시키는 즐거운 실험을 했다. 그로부터 40년이 지났다. 얼마 전 OpenAI에서 ChatGPT 4o를 선보이며, 영화 ‘Her’의 인공지능 운영체계 사만다와 함께 사는 세상과 유사한 제품출시를 예고했다. 2024년, 눈부신 기술발전을 이뤄낸 우리시대의 미디어는 어떤 모습일까? 우리는 이 새로운 기술과 미디어를 어떻게 향유하게 될까? 인터넷의 보급과 기술의 진보는 백남준이 그리던 전 지구적 소통과 평화를 가져왔을까? 백남준이 그려온 예술과 기술의 융합으로 전 세계가 연결된 세상을 살게 된 우리는 과연 행복한가? 이번 글에서는 백남준아트센터 제1전시실에서 진행 중인 전시, ‘굿모닝 미스터 오웰 40주년 특별전: 일어나 2024년이야!’를 소개한다.

😊 Wake Up! It’s 2024

굿모닝 미스터 오웰 40주년 특별전 <일어나 2024년이야!>는 용인시에 있는 백남준 아트센터 제 1전시실에서 2024년 3월 21일부터 2025년 2월 23일까지 진행된다. 전시의 제목 '일어나, 2024년이야!'는 ‘굿모닝 미스터 오웰(1984)’ 위성방송 프로젝트에 참여한 뮤지션 오잉고 보잉고가 발표한 노래 '일어나, 1984년이야!'에서 영감을 받아 2024년의 현실로 재해석된 것이다. 1949년 조지 오웰이 우려한 감시와 통제의 기술을 백남준은 1984년에 뉴욕과 파리를 연결하는 위성 프로젝트로 사용하여 즐겁고 자유로운 소통의 도구로 전환 시켰다.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이번 전시는, 오웰의 경고와 함께 여전히 깨어 있으라는 백남준의 40년 전의 메시지가 유효함을 보여준다. 전시에는 <TV정원>,1974(2002), <굿모닝 미스터 오웰>,1984, <TV첼로>,2002, <TV부처>,1974(2002) 등 백남준의 주요 작품과 함께 바밍타이거 X 류성실의 아트라이브로 구성되었다. 앞으로의 전시기간 동안 아티스트 토크와 퍼포먼스 등 다양한 연계행사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서 기술의 발전으로 인터넷과 함께 전 세계가 연결되는 미래를 예견했던 백남준의 작품세계와 함께 기술을 서로 다른 문화를 연결하는 평화의 수단이 되기를 염원했던 그의 바램을 확인할 수 있다.

<TV정원>은 다수의 텔레비전 모니터를 정원과 같은 풀숲 사이에 다양한 각도로 배열되어 있으며, 각 화면에는 1973년 작품 <글로벌 그루브>가 송출된다. <글로벌 그루브>,1973는 백남준이 <굿모닝 미스터 오웰>,1984을 제작하기 전에 지금의 유튜브와 같은 전 세계의 다중채널을 예견한 작품으로, 세계 각국의 음악과 춤이 흥겨운 편집으로 어우러지는 비디오 작품이다. 이 <TV정원> 작품은 미술관이라는 공간에 자연과 텔레비전이라는 소통매체가 어우러져 하나의 유기체처럼 연결된다. 기술과 자연의 공존 가능성과 함께 디지털 기술의 현실 재현에 대한 다양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TV붓다>는 실제 붓다의 불상을 텔레비전 모니터 앞에 배치하고, 그 모니터에는 불상 자신의 모습이 실시간으로 보여지는 폐쇄 회로 비디오 시스템을 사용한다. 텔레비전 뒤에 설치면 카메라는 실시간 붓다를 비추고 있고, 붓다는 이 모습을 텔레비전을 통해 바라보고 있다. 이 작품에는 다양한 해석이 담겨있다.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명상을 하는 듯 한 나르시즘을 담은 붓다의 모습, 이러한 붓다를 실시간 감시하듯 켜져있는 라이브 카메라, 이 카메라에 끼어 들어 붓다의 TV화면에 종종 얼굴을 비추는 관객들의 참여. 이러한 관객의 움직임을 통한 작품의 동적인 변화는 관객들에게 다양한 사유의 방식을 전달한다. 우리는 이동 가능한 모바일 매체를 통해서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셀피를 찍고, 다양한 미디어에 공유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백남준의 작품은 붓다가 TV로 자신의 모습을 보듯 어느새 모두가 미디어가 된 우리의 시대를 예견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 진정한 미래학자이자 백남준

백남준은 예술과 테크놀로지의 경계를 허물며 전지구적 소통을 추구했던 천재 예술가였다. 그는 텔레비전과 비디오, 위성과 같은 동시대 뉴미디어를 사용하여 인간이 기술과 상호작용하며 커뮤니케이션하는 방식을 재정의 하고, 예술표현의 가능성을 넓혔다. 백남준은 음악을 통한 행위예술로 출발해 1960년대 플럭서스 운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며 일상적 사물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작품을 선보였다. 이후 텔레비전, 비디오, 컴퓨터, 위성, 레이저 등 최신 기술 매체를 작품에 적극 수용하며 새로운 예술의 지평을 열었다. 특히 비디오 설치작품 시리즈로 비디오아트의 선구자가 되었고, 1980년대에는 전 지구적 위성 프로젝트 <굿모닝 미스터 오웰>, 1984을 통해 기술 매체가 문화를 연결하는 예술적 소통 창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정교한 레이저 작품을 선보이며 예술과 첨단기술의 만남을 지속적으로 모색했다. 진정한 미래학자로서 그의 작품은 AI의 등장으로 격변하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현재적인' 창작정신을 구현한다.

😄백남준이 오래 사는 집, ‘백남준아트센터’

백남준아트센터는 한국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미술관으로, 세계적인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인 백남준을 기리기 위해 설립되다. 이 센터는 2008년에 개관하여 백남준의 예술적 유산을 보존하고 연구하며 전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백남준의 다양한 작품과 자료를 아카이빙하고, 이를 통해 미래 세대에게 영감을 주고 교육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아트센터는 백남준의 작품뿐만 아니라 그와 관련된 아카이브 자료들을 포함한 다양한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으며, 온라인 아카이브를 통해 연구자와 학생들을 위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어, 백남준의 작업 방식과 예술 세계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가 가능하다. 백남준아트센터는 비디오 아트와 디지털 미디어 아트의 이해를 돕고, 백남준의 예술 철학을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는 중요한 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