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전, 나는 모 예술잡지사 대표에게 안부차 전화를 걸었다가, 뜬금없이 “너 어디 감금됐거나, 신변에 위협을 느끼고 있냐? 왜 부르고 답이 없어. 이놈아. 너희 아버지한테 전화해야하는 상황이냐?” 라는 격앙된 투의 말을 들었다. 워낙에 바쁘신 분이라 왠만하면, 온라인 메신저는 확인을 잘 안하시는 분이기도 하고, 출근준비로 바빠서 “대표님”이라고만 불러놓고, 내용을 써두지 않은 나로 인해 빚어진 일이다. 너무 극단적으로 해석하시는거 아니냐고, 말했다가, 되려 대표님은 일단 70을 바라보는 7080세대들은 어쩔 수 없이 혼자살고 있는 나와같은 1인가구에게 온 문자는 이렇게 해석할 수 밖에 없다고, 입장바꿔보라고 말씀하셨다. 평소 언사가 다소 거칠긴하셔도 따뜻하시고, 정이 많으신 분이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감금’이라니. 후덜덜하다. 1인가구의 연락은 이런 것인가.

1인가구의 삶의 형태는 현대사회의 대표적인 생활방식으로 자리잡았다. 나도 1인가구로 생활한지 어느덧 15년이 되었다. 서울시에서 1인가구로의 생활은 30년 전, 명절때나 볼 수 있는 큰 상들이 줄줄이 3개씩 깔리던 대가족으로 살던 시골에서의 어린시절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오늘날 1인가구가 급격히 증가한 데에는 전세대에 걸쳐 의학의 발달이 가져온 고령화사회 진입, 해외유학 기회 등이 많아지면서 비례하게된 기러기부모 증가, 1인가구가 독립적으로 생활하기 유리하게 조성된 고도화된 도시인프라, 개인의 자유와 자아실현의 가치관의 확산 등의 이유가 있다. 그러나 작금의 1인가구가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는 데는 무엇보다도 HOT와 젝스키스에 열광하며 자랐던 순수한 학창시절을 보낸 현재의 3040 청년층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여성의 교육 수준과 경제력이 높아지고 여권이 신장되는 사회적은 추세 속 유교사상의 영향으로 남아선호사상 속 시집살이문화를 지내온 부모님세대를 두었다. 그래서 결혼생활에 부정적 견해를 가졌고, 고용시장이 불안정하면서 결혼과 가족부양에 대한 부담은 점차 ‘결혼은 선택, 연애는 필수’를 외치는 사회풍조를 양산했다. 

1인가구 증가는 이와같이 경제·사회·문화적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현대사회의 결과이다. 1인가구는 이 도시의 지형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작은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소형주택과 아파트에 대한 높은 수요로, 도심지의 주택공급 등 주거설계의 변화, 간편식, 온라인 쇼핑 등 혼밥문화가 양산되면서 관련 서비스 산업이 폭발적인 성장을 했을뿐만 아니라, 디지털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이와 맞물려, 가상세계 속에서 혼자서도 즐길 수 있는 개인맞춤형서비스 시장이 확장되고 있다. 이처럼 1인가구의 순기능만 있으면, 얼마나 좋으련만. 

우리세대의 1인가구의 증가는 1년에 0.63명이라는 끔찍한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을 정도로 심각하며, 전 세대에 걸친 1인가구의 사회적 연결망에 대한 부분은 스스로 노력을 부단히 하지 않으면 고립감을 느낄 위험도가 굉장히 높기 때문에 이 문제 또한 심각하다. 1인가구의 사회적 고립감에 대해서 덧붙여서 이야기하자면, 우선, 물리적으로 1인가구는 가족, 친구와 거리를 둬서 독립적인 생활을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혼자 생활하면서 타인과 교류가 줄어드는 사회적 활동이 감소하게 되고, 이런 요인들은 1인가구가 혼자있는 시간을 늘리는 요인이 되어, 사회적 고립감을 심화시키게 되고, 지속적인 고립감은 우리의 정신건강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치게 된다. 따라서, 1인가구의 고립완화를 해결하고자 하는 정책들이 다양하게 나와야 한다. 우선, 공유주택, 커뮤니티 공간, 공유 오피스, 1인가구가 참여할 수 있는 같은 목적을 가진 공동체 결성과 활동의 장 마련을 위한 현실세계에서의 커뮤니티 공간의 활성화를 위해 우선적으로 노력해야 하고, 2차적으로는 현실세계의 사회적관계망을 어려워하는 이들 혹은 더 확장된 관계를 맺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을 위해 온라인 모임, 소셜 미디어 등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거나, 온라인 공간을 만들어줘야 하며, 지역사회 단위에서는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이벤트를 통해 사회적 참여를 독려해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문화예술을 통한 다채로운 활동이 개인과 공동체 간 소통에 있어서 중요한 매개체로 작용하면서 1인가구의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말하고 싶다. 이를 증명하기위해 주변 지인들에게 직접 질문을 만들어 계층, 연령, 성별을 다양하게 두고 설문지를 돌리거나,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설문결과는 어디까지나 주변인들에 의한 것이니 해당 계층, 연령, 성별을 완전히 대표한다고 할 수 없지만, 1인가구라는 특정계층을 파악하는 기초자료로서 미약하나마 유용성은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설문을 통해 누군가는 제대로 된 샘플링 결과를 도출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 있으며, 이를 초기지표삼아, 향후 개인적인 연구나 관련 정책개발을 위해 활용할 수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1인가구와 문화예술을 연관짓는 이 주제에 인사이트를 도출해 깊이있는 이해를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갖을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중 문화자본이 풍부한 전공자나 경제활동을 한 사람이 아닌, 문화예술 향유자에서 문화예술을 통해 창작을 하고, 커뮤니티를 형성한 사례가 있어, 이 분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하고, 문화예술 전공자이면서,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내가 경험했던 이야기도 소개하고자 한다.

이번 1인가구 관련 글을 위애 설문에 응답해준 ‘나 혼자 사는 사람’들은 총 16명이었다. 직접 부탁하기 어려워, 건너건너 부탁하게 된 경우도 있었다. 개인 일정이 있음에도 성심성의껏 설문에 응해준 고마운 분들이다. 나아가 본인의 이야기를 공개해서 소재거리로 삼게해준 선생님께 이 글을 빌어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 나는 이렇게 문화예술로 도시와 소통한다(Ⅰ)

넷째, 일부 비예술가 남성들이 업무상 문화예술을 활용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2명이 문화예술을 업무상 대화의 소재거리로 삼고있다고 말했으며, 1명의 남성은 직장 내 조직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향유했던 문화예술에서 인사이트를 얻은 것을 활용한다고 답해, 흥미로웠다.

다섯째, 비예술가 중 문화예술의 단순 향유가 문화예술 경험으로의 확장 또는 창작으로까지 이어진 사례가 2명의 여성, 1명의 남성에서 찾을 수 있었다. 여섯째, 예술가에게 1인가구 생활은 시공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기 때문에 만족하기는 하지만, 정작 작업시간의 양에는 큰 차이를 못느낀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이처럼 문화예술은 1인가구의 삶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 나는 이렇게 문화예술로 도시와 소통한다(Ⅱ)

문화예술을 매개로 내가 사는 이 곳과 소통하는 다양한 방식들이 존재한다. 거리예술, 벽화프로젝트, 공공조형물제작 등과 같은 공공예술프로젝트, 음악, 영화, 만화 등의 페스티벌 또는 미술 전시회 등의 다양한 문화예술 축제와 행사, 사진·민화·문학·공예 등의 예술교육프로그램 및 워크숍, 온라인 미술전시·공연관람 및 가상박물관투어, 개인맞춤형 예술참여어플 등 디지털플랫폼을 활용한 문화예술 활동, 그리고 박물관미술관종사자, 창작자(미술작가, 문화예술단체 대표 등), 문화예술기자, 문화예술교육자 등의 문화예술전문가 혹은 문화예술종사자가 있다.

파트Ⅱ에서는 성공적으로 이 도사와 소통한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나는 문화예술 전공자이면서 문화예술업에 종사하고 있는 1인가구 중 한 사람으로서, 이제껏 박물관미술관 근무 이외에 꽤 많은 문화예술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이 도시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살았다. 내가 경험했던 프로젝트 중 내외적으로 성과가 좋았던 사례를 소개하고, 내담 중에서 일반시민으로서 단순 문화예술 향유자에서 문화예술 창작자로까지 발전한 사례자가 있어서 소개하고자 한다. 이 분의 표현에 의하면, 나나 내담자 모두 결핍이 있어서 절실함을 낳았고, 적극적으로 문화예술활동에 임하게 되었다고 했다. 생각해보니, 이제껏 1인가구로서의 삶은 부단히 혼자가 되지않으려고 노력해왔던 선택의 결과물이었다.

지난 2020년, 학교에서 공공건축물법에 대해서 배우고 흥미를 느끼고 있던 차, 주말에 집에서 뭐하냐, 공부말고, 밖으로 나가보자라는 생각에 온라인플랫폼을 여러군데 둘러보고 있었다. 공공미술시민발굴단? 이거네! 라는 생각에 주저없이 신청했고, 생각보다 많은 인원이 몰린 탓에 지원서를 제출해서 1차 선발을 하고, 2차 교육을 수강하고, 3차 시험까지 쳐서 최종인원이 되었던 기억이 있다. 공공미술시민발굴단은 ‘서울은 미술관’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 당시 서대문구에 거주하고 있던 나로서는 서울시 서북권에서 활동하는 단원이 되었고, 우리끼리 정한 활동주제는 ‘낙서를 찾아서’였다. 신촌 토끼굴, 현대백화점, 이태원 경리단길, 혜화 벽화마을을 지정해서 그래피티와 낙서를 발굴해서 공공미술의 의미를 되새기는 활동이었다. 이태원 경리단길에 그려진 그래피티는 당시 골목상권을 활성화시키기위한 작품들, 문화다양성을 표현하는 작품들, 길거리 곳곳에 자유롭게 그래피티 정신에 의해 그려진 낙서들이 가득했다. 여기서 2명의 그래피티 작가와 직접 인터뷰를 진행했던게 기억이 난다. 이때 인연을 맺은 작가들과는 지금까지도 친분관계를 유지하고 있어서, 업무적으로 궁금한 것들이 있으면, 가끔 묻곤 한다. 활동의 성과를 정리하는 성과발표회 때 나는 전시기획, 도록제작, 전시에 활용될 콘텐츠 제작업무를 도맡아서 했었다. 업무역량에 직접적인 도움이 됐을뿐만 아니라, 이 활동을 함께했던 이들과 지금까지도 연락하며 지해서 우리만의 커뮤니티가 형성되었다. 이 활동의 좋은 기억으로 작년에 은평아카이브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도 했다.

두 번째 사례는 작년 은평아카이브 프로젝트에 참여해서 프로젝트 내담자였던 80대 1인가구의 이야기다. 80대 할머니와 나와의 인연은 은평아카이브 프로젝트에서였다. 지금까지도 꾸준히 연락하며, 만나는 동네친구다. 할머니에게 이런 글을 쓰려고 만나자고 했더니, 다리도 성치않으신데, 우리동네까지 내 걸음으로 30분이나 되는거리를 걸어오셨다. 카페에 앉아서 질문지를 읽으시더니, ‘이거 나를 위한 맞춤질문아니냐’면서 반색하셨다. 할머니는 50여년이 넘는 호된 시집살이는 자신의 인생을 돌볼 틈없이 흘러왔다고 했다. 그러던 차, 몇 해 전, 복지관에서 시문학동호회에 우연히 가입하시면서 인생이 완전히 달라지셨다고 했다. 시를 만나면서 우울했던 지난날을 반추함해 있어서 삶을 재해석하는 관점이 달라졌고, 억눌렸던 감정들을 치유하는데 많은 도움이 돼서 정신적인 안정감과 평온함을 가져다 주었으며, 원래 할머니는 감수성이 풍부하셨지만, 시를 쓰는 과정에서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방식을 탐구하는데서 즐거움을 찾아 창작의 기쁨을 몸소 경험하고 계셨다. 무엇보다도, 시를 통해 할머니만의 목소리를 찾고, 느즈막하게 할머니의 자아를 실현하는 기회가 될 수 있음에 너무도 즐거워하셨다. 대화 중 시를 창작할 때의 희열감과 요즘은 시가 잘 써지지 않는 데서 오는 고뇌, 문한계에 등단하고 싶고, 시집도 내고싶은 당찬포부를 보이셨다. 할머니의 시는 정말 시같았다. 아마추어들이 쓰는 시와는 달랐다. 재능도 있으시니, 당당히 말씀하시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덧붙여, 시 창작 활동이 당신이 살아온 삶의 긴 여정을 통해 얻은 지혜와 통찰이 녹아들어 시를 읽는 이들에게 희망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2010년 이창동감독 영화 <시>의 여주인공 故윤정희의 모습이 스쳤다. 故윤정희는 영화에서 자신이 현실세계에서 본인이 말하는 것의 영향력을 갖지못했고, 그녀의 존재조차 희미해지고 있었다. 할머니도 왕왕 자신의 존재가 이 사회에서 민폐가 되지는 않나라고 하면서 존재를 늘 생각하고 계신다고 했다. 할머니에게 ‘시’는 자신의 존재 자체였다. 이처럼 할머니에게 삶의 큰 축이 되어버린 시를 통해 맺어진 시문학동호회 사람들과 여전히 소통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 문화예술은 이런 것

이처럼 작금의 문화를 소비하는 시대에서는 고급문화와 저급문화의 취향차이를 논하는 것은 2차적인 것이며, 자본의 빈부를 떠나서 다양하게 문화예술을 매개로 향유하면서 활동하면서 궁극으로는 삶의 활력을 얻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서 문화예술의 진정한 역할과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다시 말하면, 첫째, 문화예술행사나 활동이 사람들을 모이게 하고, 새로운 사회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사회적인 연결을 가능하게 해 1인가구의 고립감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있으며, 둘째,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공감하는데 있어서 예술이 중요한 매체이며, 문화예술을 행하는 것 자체가 정신적인 안정을 도모하고, 개인의 정서적인 치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서적인 치유의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셋째, 자신의 감정을 예술적으로 표현하는 것 자체가 자신의 창의성과 자아실현을 촉진하는 것이므려, 고독과 단조로운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자극과 도전을 제공하면서 1인가구의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처럼 문화예술은 1인가구의 삶을 풍요롭게 하면서, 고립감을 해소할 수 있는 좋은 방편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