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의 혼(魂)을

배무이에 실어보내는 목수의 진심

 배무이는 배를 만든다는 순 우리말이다. 우리나라 전통상여는 집 모양으로 되어있는데, 이걸 4명이 들고 마을을 돈다. 이런 행위가 영혼을 하늘로 승천해서 보내는 배같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다. 그러다 18살에 우연히 광주광역시를 돌아다니다가, 재개발때문에 한옥 수천 채가 날아간 현장을 보고 충격을 먹었다. 그때 이야기를 좀 더 풀어보자면, 이 한옥들은 1960-70년대 한중일 문화적 양식들이 혼합된 양식의 도시형 한옥으로서, 대량생산된 수천채가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슬픔이 있었다. 그때부터 “이렇게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한옥들이 사라지는 것 아니다.”라는 인식이 생기면서 한옥들의 소리를 듣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기 시작한 것이 ‘집 장례식’이었다. 장례식이라고 해서 일반적인 일련의 장례식 행위들을 하는 것은 아니고, 한옥을 연구, 수리, 리모델링, 기록하는 행위를 장례식이라는 말로 표현하면서, “이 집의 혼을 잘 보내주자” 라는 뜻이 담긴 것이 회사이름 배무이다.

– 전남 보성작업, 1893 한옥서 조선시대 고서 추정 문서 발견

이건 보성에서 작업할 때, 수집한 벽지인데, 대한제국 때, 경복궁 고위 관직이었던 분의 1893년도에 지어진 별장으로 사용하던 한옥에서 나온 벽지다. 필지가 수 차례 쪼개지기를 거듭하면서 그 중 사랑채로 쓰이던 것으로 짐작하는 공간 하나를 우리가 리모델링을 하게 됐다. 이런 고서들이 벽지로 꽉 차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어떤 분 말로는 조선시대 세금징수 관련 문서라고 추정된다고 했다. 이 집 벽지는 3중으로 벽지가 발라져 있었다. 고서 > 신문 > 벽지 순이었다. 생각해보면, 고서가 그분한테 쓸모가 없었으니, 발랐을건데, 수집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시간이 켜켜이 쌓이면서 일반적인 고문서와는 달리, 가치있는 물질을 발굴한 듯해서 수집한 벽지를 계속 보존하기로 결정한 거다.

#이야기가 담긴

한국근현대 벽지문양

수집한 벽지들은 1945년부터 1970년대까지다. 1945년부터 1960년대까지는 세계 여러 문화권에서 볼 수 있는 팔각형 문양 등의 기하학 무늬, 러시아 영향을 받은 동방정교회식 십자가 문양과 조선시대 장석문화가 융합된 독특한 문양, 터키 등 동로마제국–비잔틴제국이었던 나라에서 볼 수 있는 포도넝쿨 추상 문양, 원색의 단순한 꽃무늬들이 제작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점차 인쇄기술이 발달해오면서 1950년대보다 1960년대 잉크 질이나 프린팅기술이 상당히 정교해졌고, 음영처리가 확실히 섬세해졌으며, 1960년대 초반에는 은박처럼 반짝반짝하는 질감도 유행했었던 사실을 알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