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피플라츠의 시작

▶은평구에 터를 잡으신 이유가 있다면요

처음에는 명확한 계획을 세우고, 사무실을 알아보기보단, 막연하긴 했지만, 일단 공간을 먼저 보기 시작했어요. 공간이 주는 힘을 믿었거든요. 그런 공간을 찾아보자 하니까, 은평구 외곽보단, 남편이 은평구 토박이라, 편한 것도 한 몫했죠. 시장조사를 하다보니, 연신내쪽에 주류문화를 즐기면서 문화공간까지 겸비한 복합문화공간이 전무했어요. 독일에서 유학을 오래 하다보니, 독일의 와인, 맥주 등 주류문화와 그 사회적 역할에 심취해 있었죠. 중요한 약속, 축제, 행사뿐만이 아니라, 일상에서도 천천히 와인과 맥주를 즐기면서 소셜라이징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런 공간을 찾다보니, 은평구가 적격이더라구요.

▶이피플라츠를 운영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기보다, 2020년도에 보틀샵을 은평구에서 시작을 먼저 했어요. 그걸 확장했다고 보면됩니다. 우리는 부부가 함께 이피플라츠를 운영해요. 저는 패션디자인계에서 10년 이상 일을 해왔고, 워낙에 와인을 좋아했어요. 남편은 막걸리나 전통주, 수입맥주 쪽에서 종사를 오래했었구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접점지를 찾다가, 술로 해보자가 됐었죠. “원형테이블 하나 놓고, 우리가 좋아하는 술 모은걸 한 번 팔아보자”가 지금의 이피플라츠로 확장된거에요.

▶그럼 보틀샵은 얼마나 운영하신거에요?

한 3년 정도 보틀사업을 했었어요. 중간중간 남편이 요리를 했었구요. 남편이 워낙 요리하는걸 좋아했었어요. 음식이랑 주류 서비스를 같이해야 손님들이 좋아하기도 하구요. 보틀샵에서 중간중간 음식을 하던 것이 지금까지 이피플라츠 메뉴로 이어졌고, 그 음식들은 다 남편이 요리하고 있어요.   

#이피플라츠의 공간

▶이피플라츠는 주택을 개조한 공간입니다. 새 건물을 짓지않고, 주택에 이피플라츠를 운영할 생각을 하셨는지요.

보틀샵도 주택공간에서 시작했어요. 클라인 하우제라는 작은 집이었어요. 클라인 하우제가 독일어로 작은 집을 의미하기도 해요. 아까 독일 유학을 오래했다고 그랬잖아요? 그때부터 건축물 등 공간에 끌림이 있었어요. 클라인 하우제 건축물을 보자마자, 1층에서 뭔가를 해보자라는 심경으로 보틀샵을 시작하게 됐죠.

이 주택은 저희가 1년 넘게 공간을 찾다가 들어온 공간입니다. 클라인 하우제처럼 워낙에 집처럼 안락함, 편안함, 따뜻함이 전해지는 공간을 좋아했었어요. 너무 상업적인 공간의 느낌보다는 우리집에 온 듯한 느낌, 로컬에 온 느낌으로 오랜시간 머물러도 불편하지 않고, 부담스럽지 않은 공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공간을 찾다가, 이 주택에 입주하게 됐습니다. 저희가 입주하기 전, 노부부가 살았었고, 2년 전에 돌아가시면서 집주인이 바뀐걸로 알고 있어요. 지은지는 30년 정도 되었습니다.  

▶지역과의 협업말고, 다른 문화사업의 협업제안도 오나요?

네. 저희가 주류 전문이다보니, 와인이나 맥주 관련해서 브랜드 팝업행사 관련해서 자주 연락이 와요. 저희가 로컬복합문화공간을 표방하다보니, 이 행사들을 치루기엔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고, 온 종일 레스토랑을 운영하다보니, 팝업행사까지 케어하기엔, 지금 실정에서는 조금 버거운 면도 있어요. 그럼에도 저희가 했던 행사가 있어요. 강화도 팝업행사인데, ‘강화도 가는 길’이라고 해서 강화도 100년의 역사를 지닌 금풍양, 핑크김치, 쌀 등 특산품들 위주로 서울에서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이피플라츠에서 했던게 기억이 나네요. 저도 재밌었고, 오시는 손님들도 다 즐거워하셨어요. 이런 로컬팝업은 앞으로도 계속했으면 좋겠다싶더라구요.

#이피플라츠, 그리고 계획

▶앞으로 계획 중이신 일들에 대해서도 말씀부탁드립니다.

이피플라츠를 열고, 저희가 처음 계획했던 목적은 와인이라는 카테고리를 편하게 보여드리는 거였어요. 소주, 맥주, 막걸리 등의 한국주류문화 속에서 와인은 비교적 접하기 어려운 카테고리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를 다각도로 보여드리자, 그러면서 음식과 디저트도 정성스럽게 매칭해서 서비스하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와인문화를 경험해보실 수 있지 않을까했었어요.

와인시음회, 전통주 또는 위스키 시음회를 작년부터 꾸준히 매월하고 있어요. 그래서 올해는 주민들 대상, 혹은 저희 고객분들 대상으로 수입사에서 직접 오셔서 전문인들, 입문자들을 위한 수준별 행사를 기획하고 있구요. 주민센터에서도 연락이 와요. 주민들 대상으로 시음회 진행을 할 수 있겠냐면서. 그래서 올해는 본격적으로 좋은 와인들, 즐기기 편한 와인들을 소개하는 자리를 준비하고 있어요. 이런 시음회말고도, 개인적으로는 와인소셜모임도 기획하고 있습니다.

또, 저희 손님 중 사진작가가 있어요. 이분 작품들 위주로 전시를 준비 중에 있습니다. 

#ep.platz, 지역문화의 새로운 상징으로 기대

은평구는 역사문화 층위가 잘 형성된 곳이다. 천년고찰 진관사부터 현대식 한옥마을 은평한옥마을, 주민들이 직접 설립한 구산동도서관마을, 북한산 등산객들 애용 전통시장 연서시장 등 은평구만의 로컬색을 보여주는 곳들이 존재하고 있다.

ep.platz가 생긴지 1년 남짓되었다고 한다. 이피플라츠를 풀이해보면, 은평의 대표적인 공간이란이다. ep.platz의 뜻처럼 현대식 로컬공간으로 은평구에 자리매김하여 역사적 층위가 잘 형성된 이 곳에 또 하나의 정체성을 입히는데 일조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