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키다리 아저씨>는 소극장에서 공연하는 2인 뮤지컬이다. 뮤지컬 <레미제라블>로 토니어워즈 최우수 연출상을 수상한 존 캐어드의 연출과 오베이션어워즈 최우수 작곡·작사상을 수상한 폴 고든의 서정적인 멜로디가 곁들여진 수작으로 평가받는다. 예술감독에 박소영, 연출에 전서연, 음악감독에 주소연이 활약했다.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는 2시간 동안 두 명의 배우와 라이브밴드의 공연을 바로 앞에서 호흡하면서 감상할 수 있는 신기한 곳이다. 관람석은 일반적인 공연장의 평이하게 상승하는 설계가 아니라, 거의 90도 가까이, 70도 정도되는 기울기로 설계되어 있어, 어디에 앉아서라도 무대가까이 관람할 수 있는 효과를 냈고, 아기자기하게 꾸민 무대디자인은 배우들의 명품 연기에 2시간 동안 집중하면서 관람할 수 있게 해줬다. 

무대는 뒤편에 제르비스의 서재로 꾸몄고, 앞은 애봇이 생활하는 공간으로 꾸몄는데, 대형 여행용가방을 여러개 소품으로 활용하여 그 안에서 의상도 꺼내입고, 침대로도 활용하는 등 다양하게 이용하는 것이 돋보였다. 애봇의 독백형 편지형식을 무대 위 어떻게 풀어낼까 기대하면서 갔기에 이 부분을 주의깊게 봤다. 애봇이 주로 말을 하면, 제르비스가 추임새를 넣듯이 말을 해, 색다른 느낌으로 재밌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연출했다. 

<키다리 아저씨>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같은 역이라도, 저마다 캐릭터를 해석하고, 소화하는 것이 달랐다. 우선, 애봇역을 맡은 여배우들 중 유주혜는 내공이 느껴지는 연기와 노래실력을, 김려원은 똑부러지고 사랑스러운 면모를 부각시켰고, 장민제는 밀도높은 애봇의 감정선을 잘 표현해서, 몰입도를 높였다. 키다리아저씨 제르비스역의 남배우들 중 김종구는 장난기 가득하면서 로맨티스트적인 면모로 위트있게 캐릭터를 소화했다. 테이는 부드러운 목소리와 섬세한 감정선의 표현력으로 관객들의 여심을 사로잡는 연기를 선보이고 있으며, 배우 김경수는 젠틀한 면모를 부각시킨 연기를 펼쳐보이고 있다. 

이제껏 살핀 것들에서 2인극의 매력을 찾을 수 있었다. 오롯이 두 배우의 섬세한 감정라인과 대사호흡에만 집중하면서 진행되는 흡입력있는 연출과 이에 효과적으로 집중할 수 있게 밀착설계된 관람석, 거기에 이미 검증된 스테디셀러 원작과 배우들의 연기력은 매니아층 관람객, 팬덤층을 넓게 확보할 수 밖에 없는 요소일 수 밖에 없지않나라는 생각을 해본다.   

#믿는 다는 것, 성장의 발판

진웹스터가 상류층 여성임에도 작가로서 주체적인 본인만의 업을 꾸려나갔 듯, 애봇은 불우한 환경을 극복하면서 아저씨의 무한한 신뢰와 애정으로, 당찬 신여성으로 성장했다. 고아로 자라면서 부모의 사랑, 형제간의 사랑을 주고받지 못햇던 미숙한 내면을, 키다리아저씨의 존재로 키워나간 셈이다. 무엇보다도 애봇의 진로에 보이는 무한한 믿음은 그녀가 작가로 자랄 수 있게 하는 스스로의 확신을 키웠다는데 큰 일조를 했다.

무수히 많은 자기개발서와 콘텐츠에서 하나같이 말하는 것이 나 스스로를 믿는 것, 소중한 사람을 믿어주는 것만큼 내외적 성장을 도모하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 믿음은 다른 사람들이 기대하는만큼 내가 책임감을 느끼게 되어,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게 할 뿐만 아니라,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관계에서는 늘 더 나은 방향으로 삶을 인도하고, 격려해주는 속에 지속적인 성장과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그 과정에서 객관적인 수치나 성과로 실패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을 실패로 느끼지 않게 하며,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에 나설 수 있는 용기를 갖고, 이를 성공으로서의 과정과 개발의 기회로 연계하게 되는 것이다. 키다리아저씨는 단순 로맨스소설이 아니라, 나 자신을 믿고, 꿋꿋이 나아가는 독립적인 여성의 성장기를 그린 것이다. 

이번 뮤지컬 <키다리아저씨>는 작년 12월 5일(화) 개막하여, 오는 2월 25일(일)까지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1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키다리아저씨로 추운 겨울, 따뜻한 봄을 맞이하는 밝고, 사랑스러운 에너지를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